나이가 들어 돌이켜보니, 젊었을 때는 참 단순하게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무엇이든 흑백으로 나누어 생각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여겼습니다. 옳고 그름이 분명히 구분된다고 믿었고, 잘못된 일을 보면 그냥 넘어가지 못하는 성격이었습니다.

돌려 말하는 사람들을 만나면 답답함을 느꼈고, 확실하지 않은 태도는 우유부단하다고 생각하기도 했습니다.

그때는 모든 문제에 정해진 답이 있다고 확신했고, 내가 그 올바른 답을 알고 있다는 자신감도 있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런 확신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젊음의 열정이었던 것 같습니다.

가족과의 대화에서, 친구들과의 만남에서 저는 늘 제 주장을 앞세웠습니다. 상대방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반박할 준비를 하고 있었고, 제 의견이 더 논리적이고 합리적이라고 믿었습니다. 목소리를 높였고, 때로는 상대방이 말문이 막힐 때까지 밀어붙이기도 했습니다. 그것이 진리를 위한 것이고, 올바른 길을 제시하는 일이라고 여겼습니다.

하지만 살아온 날들을 되돌아보니, 그때 제가 ‘정답’이라 믿었던 것들이 꼭 옳았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시간이 지나고 상황이 달라지니, 다른 해석이 보였고, 같은 장면을 바라보며 서로 다른 감정을 지닌 사람들을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틀렸다’고 여겼던 말과 행동들이, 사실은 저와 다른 ‘선택’이었을 뿐이라는 것도 깨달았습니다. 그때 제가 강하게 반박했던 이야기들이, 세월이 흐른 뒤에는 “그럴 수도 있었겠다”는 마음으로 다가옵니다.

어느 순간부터는 목소리를 낮추게 되었습니다. 대화를 나눌 때에도 상대의 말을 더 많이 들으려 하고, 쉽게 판단하지 않으려 노력하게 되었습니다. 예전에는 누군가의 고집이 어리석게만 보였지만, 이제는 그 고집 속에 담긴 상처나 사연이 있을 수도 있겠다고 생각하게 됩니다.

이제 저는 제 생각이 틀릴 수도 있다는 걸 압니다. 세상에 정답만 있는 것이 아니라, 각자의 방식과 사정이 있다는 것, 한 걸음 물러나야 보이는 풍경도 있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서로의 마음을 헤아리는 겸손과, 바쁠수록 차근차근 다가가는 여유를 갖고 싶습니다. 급하게 제 말을 관철시키기보다는, 상대방의 마음 깊은 곳까지 들여다보려는 넉넉함을 지니고 싶습니다.

그래서 제 삶도, 마음도 이제는 모서리를 둥글게 만들기 위해 노력합니다. 날을 세우기보다는 품을 넓히려 합니다.

모서리가 둥근 나이, 그것은 ‘틀릴 수 있음’을 인정하는 지혜이고, ‘다름’을 끌어안을 줄 아는 여유입니다.

아마도 진정한 어른이 된다는 것은, 자신만이 옳다고 믿었던 젊은 날을 부끄러워하지 않으면서도, 이제는 다른 사람의 마음에도 귀 기울일 줄 아는 것이 아닐까요.

댓글을 남겨주세요

댓글을 입력해 주세요!
여기에 이름을 입력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