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는 고령자가 늘면서 다양한 정책적 과제가 돌출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 5월 열린 노인일자리박람회 포스터. 사진=한국시니어클럽협회

정부가 국민연금 수급자가 일을 해 소득이 있다는 이유로 연금액을 삭감하는 현행 제도를 대폭 손질한다. 은퇴 후에도 소득 활동을 이어가는 고령층이 늘어나는 현실을 반영해, 월 소득이 509만원에 미치지 않으면 노령연금을 전액 수령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이는 고령층의 근로 의욕을 꺾는다는 비판을 받아온 ‘소득 활동에 따른 노령연금 감액 제도’를 30여 년 만에 사실상 폐지하는 수준으로 완화하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현행 국민연금법에 따르면, 연금 수급자가 국민연금 전체 가입자의 3년간 평균 소득 월액(2025년 기준 약 309만원)을 초과하는 소득을 올릴 경우, 초과 소득액에 따라 연금 지급액을 최대 50%까지 삭감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제도는 연금의 소득재분배 기능을 강화하고 한정된 재원을 저소득층에 집중하려는 취지로 1988년 도입됐다. 하지만 평균 수명이 늘어나고 은퇴 후에도 일하는 고령층이 급증하면서, 일할수록 연금이 깎이는 구조가 고령자의 경제 활동을 위축시키고 노후소득보장을 저해한다는 비판이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정부의 이번 개편안은 감액 기준 소득을 대폭 상향하는 것이 핵심이다. 현재 전체 가입자 평균 소득을 기준으로 하는 대신, 소득 상위 10% 수준인 월 509만원으로 기준을 올리면 사실상 대부분의 ‘일하는 연금 수급자’는 감액 대상에서 제외될 전망이다.

이는 고령층의 경제 참여를 유도하고, 연금만으로는 부족한 노후 생활비를 소득 활동으로 보충할 수 있도록 장려하려는 정책적 의도가 담겨있다. 또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해당 제도의 폐지를 권고하는 등 국제적인 추세와 맞지 않는다는 점도 개편의 배경으로 작용했다.

하지만 이번 개편안을 둘러싼 찬반 의견도 팽팽하다. 찬성하는 측은 고령층의 근로 의욕을 고취하고 노후 소득을 안정시키는 긍정적 효과를 기대한다.

반면, 고소득층에게까지 연금을 전액 지급하는 것은 국민연금의 소득재분배 원칙에 어긋나며, 장기적으로 연금 재정에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일부에서는 직장인 평균 소득보다 높은 금액을 벌면서도 연금을 그대로 받아 가는 것에 대한 형평성 문제를 제기하며, 감액 제도 자체는 유지하되 기준을 합리적으로 조정하는 선에서 그쳐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정부는 이번 제도 개선이 초고령사회 진입을 앞두고 고령층의 경제 활동을 촉진하는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일하는 노인에 대한 ‘벌칙’으로 여겨졌던 낡은 규제를 개선함으로써, 노년의 삶의 질을 높이고 사회 전체의 활력에도 기여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연금 재정의 장기적인 안정성과 세대 간 공정성 논란을 최소화하기 위한 세심한 정책 설계와 사회적 합의 과정이 반드시 병행야 할 과제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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