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니어 경제활동 인구가 1000만 명을 넘어섰지만, 그 중 3분의 1은 단순노무직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년 연장과 고령 인력 활용 논의가 활발하지만, 여전히 질 낮은 일자리와 산업재해 위험, 미비한 정책 대응 등 고령 노동의 구조적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다.
고령층 10명 중 6명은 계속 일하고 있지만, 이들이 종사하는 일자리는 대부분 단기·단순·위험한 직종이다. 통계청과 고용노동부 등의 자료에 따르면, 전체 고령자 취업자 중 약 33%가 청소, 경비, 배달 등 단순노무직에 종사하고 있으며, 65세 이상 노동자의 평균 근로시간은 주당 40시간을 웃돈다. ‘노익장’이라는 미화된 표현 이면에 불안정한 일자리 현실이 자리하고 있다.
특히 건설업계는 대표적인 고령 노동 의존 산업이다. 중도일보·아주경제 보도에 따르면, 최근 중대재해가 이어진 건설 현장에서는 60대 이상의 고령 근로자와 외국인 노동자 비중이 급증하고 있다. 고령자들은 체력과 반사신경 저하로 인해 안전사고에 더욱 취약하지만, 하도급 구조에 따라 위험 작업을 외주화하면서 적절한 보호도 받지 못하는 상황이다.
이 같은 배경에는 베이비부머 세대의 대거 은퇴와 급속한 초고령화가 자리 잡고 있다. 요양뉴스에 따르면, 2025년 한국은 65세 이상 인구 비율이 전체의 20%를 넘는 ‘초고령사회’로 진입한다. 이에 따라 생산가능인구(15~64세)는 급격히 감소하고 있으며, 정부와 산업계는 고령 인력의 지속적 활용이 불가피하다는 인식에 도달하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얼마나 오래’ 일하느냐가 아니라 ‘어떤 일’과 ‘어떤 조건’에서 일하느냐다. 전문가들은 단순히 정년을 연장하는 것을 넘어, 고령자의 고용 질을 높이기 위한 제도 개편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임금체계의 유연화, 직무 재설계, 연령 맞춤형 안전교육 등 다차원적 접근이 요구된다.
중도일보는 이를 위해 사업체의 규모, 직군 특성, 연령대를 고려한 맞춤형 정책 설계가 필수라고 강조한다. 예컨대 대기업과 중소기업, 사무직과 현장직의 근무 조건은 전혀 다르기 때문에 획일적인 정년연장 정책은 오히려 역효과를 낳을 수 있다. 특히 고령자의 직무 전환 및 교육훈련 기회를 확대해 ‘일할 수 있는 능력’과 ‘일할 수 있는 환경’이 함께 구축돼야 한다.
고령사회에서 고령자는 더 이상 보호 대상이 아닌 생산 주체다. 하지만 이들이 ‘어떻게’ 일하느냐에 따라 그 노년은 존엄한 삶이 될 수도, 새로운 빈곤의 길이 될 수도 있다. 정년 연장 논의가 단순한 연령 기준 완화가 아니라, ‘노동의 질적 전환’이라는 큰 틀 속에서 추진돼야 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