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유튜브와 온라인상에서 특정 지역 주민에게만 '임플란트 29만원'이라는 파격적인 가격을 제시하는 치과병원들 광고가 기승을 부리고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사진=AI합성이미지

29만원은 미끼일 뿐이었다. 330만원의 견적이 실체였다. 허탈하지만 2만5000원에 불과한 치료였다.

최근 유튜브와 온라인상에서 특정 지역 주민에게만 ‘임플란트 29만원’이라는 파격적인 가격을 제시하는 치과병원들의 광고가 기승을 부리고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터무니없이 저렴한 가격으로 소비자를 유인하는 이른바 ‘미끼 상품’ 광고의 실체를 확인하기 위해 본지 기자는 직접 해당 치과를 방문해 진료를 받아봤다.

‘29만원’에 현혹된 소비자
기자는 이미 임플란트 치아를 보유하고 있으며, 최근 충치 치료 후 금으로 씌웠던 치아 하나에 불편함을 느껴 재치료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었다. 기존 치과의 임플란트 시세가 최소 100만 원 이상인 점을 고려할 때, 29만원이라는 광고는 매력적일 수밖에 없었다.
광고 사이트에 예약 신청을 하자마자 상담원의 전화가 걸려왔다. 기자가 방문한 병원은 지하철역 인근 빌딩 3개 층을 사용하는 큰 규모로, 많은 손님으로 북적이고 있었다. 접수 후 진행된 검사 과정은 기존 동네 치과보다 훨씬 정밀했다. 최신 장비로 여러 장의 엑스레이 사진과 일반 카메라 사진까지 세밀하게 촬영하며 ‘전문 병원의 포스’를 풍겼다.

멀쩡한 치아에 내려진 ‘임플란트 판정’
문제는 의사의 진료 과정에서 발생했다.
기자가 불편함을 호소했던 치아는 대수롭지 않게 보더니, 의사는 갑자기 아무런 증상이 없는 다른 치아 하나를 가리키며 “이가 금이 간 것이니 그대로 두면 안 된다. 임플란트를 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이어 과거 금으로 씌웠던 치아 서너 개를 살펴보더니 “덮어씌운 금박이 수명을 다했으니 교체해야 한다”며, “그 중 2개는 상태가 좋지 않아 임플란트로 바꾸는 것이 좋다”고 권유했다. 여기에 현재 불편함이 전혀 없는 충치 서너개까지 당장 치료하고 때워야 한다는 진단을 덧붙였다.
결국 기자는 통증이 있던 1개의 치아가 아닌, 멀쩡하거나 증상이 미미했던 치아 3개를 임플란트해야 한다는 진단을 받았다.

’29만원’ 뒤에 숨겨진 330만원 견적
이어진 상담실장과의 비용 상담에서 광고의 실체가 드러났다.
최저가 임플란트는 29만원이지만, 잇몸 상태를 이유로 개당 28만 원의 뼈 이식 비용이 추가됐다. 여기에 임플란트 3개, 충치 치료 4개(세라믹 권유) 등의 비용이 합산되면서 최종 견적은 무려 330만 원에 달했다.
상담실장은 “이번 달 말까지만 할인 혜택이 제공되고, 다음 달부터는 비용이 증가한다”며 당장 계약을 유도하는 상술까지 펼쳤다.

동네 치과에서 확인된 ‘과잉 진료’ 실체
과도한 치료 내용과 비용에 의구심을 품은 기자는 다음 날 기존에 다니던 다른 동네치과를 찾았다. 진단 결과는 180도 달랐다. 동네치과 진료내용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 불편했던 치아: “신경 쪽에 염증이 생긴 것 같지만, 그대로 두면 괜찮아질 수도 있으니 좀 더 기다려 보자.”
• 충치 및 금니: “충치가 좀 보이지만 심하지 않고, 나이가 들면 진행 속도가 느려져 아프지 않으면 당장 치료할 필요는 없다.”
결국 기자는 2만5000원의 스케일링 외에는 아무런 치료 없이 귀가했다. 2~3달이 지난 현재 불편했던 치아의 증상도 호전됐다.

이번 경험은 저렴한 가격을 미끼로 소비자를 유인한 뒤, 불필요한 과잉 진료를 유도해 고액의 치료비를 청구하는 일부 치과의 상술에 대해 경종을 울리기에 충분했다. 전문가들은 “치과 치료 시 반드시 주치의와 충분히 상담하고, 의심이 든다면 다른 병원에서 진단을 받아보는 신중함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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