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7월 22일 상법 개정안을 통과시켜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주주까지 확대함으로써 스타트업을 포함한 모든 등기이사의 법적 책임이 강화됐다.

국회는 이번 개정안에서 ‘전자주주총회’ 도입·상장회사 ‘사외이사’ 명칭 변경 및 선임비율 상향·감사위원 선임 시 최대주주의 의결권 3% 제한 등을 포함해 전반적으로 주주 권익 보호에 초점을 맞췄다.

13일 안일운 ‘법무법인 비트’ 파트너 변호사는 ‘혁신의숲’에 게재한 칼럼을 통해 스타트업 경영진·투자자에게 “변화한 법적 환경을 정확히 이해하고 의사결정의 공정성과 근거를 문서로 남기는 내부 통제를 강화하라”고 조언했다.

안 변호사는 “특히, 상장회사 중심 규정은 다수 스타트업에 직접 적용되지는 않지만, ‘이사의 충실의무 확대’는 비상장회사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법원이 종전 상법 제382조의3을 ‘이사는 회사를 위하여 직무를 충실하게 수행하여야 한다’로 해석해 충실의무 대상을 회사로 한정해 온 가운데, 개정 상법 제382조의3 제1항은 ‘이사는 회사 및 주주를 위하여 직무를 충실하게 수행하여야 한다’로 바뀌었다. 법률이 제2항에서 ‘총주주의 이익 보호’와 ‘전체 주주의 공평한 대우’를 명시하면서 이사의 책임 범위가 실질적으로 넓어졌다.

대법원이 과거에 이사의 불법행위에 따른 제3자 손해배상 범위를 회사 채권자·거래상대방으로 보면서 주주의 경제적 손실은 간접손해로 보아 직접 배상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던 판례(대법원 2003.10.24. 선고 2003다29661)가 존재했지만, 법조문에 ‘주주에 대한 충실의무’가 신설되면서 판례 법리가 수정될 가능성이 커졌다.

이로써, 앞으로 법원이 회사 이익에는 부합하지만 주주에게 손해가 되는 의사결정에 대해 이사의 개인적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할 여지가 커졌다.

스타트업이 대개 주식회사 형태이고 창업자가 등기이사로 경영에 직접 참여하는 점을 고려하면, 창업자에게도 새로운 충실의무가 동일하게 적용된다. 스타트업에서 합병·분할·영업양도·신규 투자유치 등 구조 변경이 잦은 현실을 감안하면, 이사회가 특정 주주에게 유리한 조건을 부여해 다른 주주의 지분을 과도하게 희석시키거나 주식 가치를 떨어뜨리는 경우 ‘전체 주주의 공평한 대우’ 원칙 위반으로 평가될 소지가 생겼다.

투자계약서가 통상 ‘다운밸류(다운라운드)’를 제한하는 조항을 두고 있어 투자자들이 신주발행에 따른 직접 손해로부터 어느 정도 보호를 받아 왔지만, 법원이 앞으로 밸류 외에 우월적 권리 부여 등 조건상 불균형까지 문제 삼을 수 있어 이사회 판단의 위험이 커졌다. 회사가 생존을 위해 부득이하게 다운밸류를 추진하는 경우에도 일부 주주가 ‘공평한 대우’ 위반을 주장할 수 있어, 이사가 개인책임 위험을 감수하고 의사결정을 밀어붙이기 어려워질 수 있다.

투자자가 선임하는 ‘기타비상무이사’에게도 동일한 충실의무가 적용된다. 이사회가 여러 이사의 찬성으로 의결한 안건이 주주에게 손해를 야기한 경우 찬성한 이사가 책임을 지게 되는 만큼, 투자자가 임명한 기타비상무이사는 작은 리스크만 보여도 반대표를 던질 가능성이 커졌다. 창업자 이사에게는 자본구조 변경 등 중대한 사안에서 신속한 의사결정이 어려워지는 불편이 따르지만, 투자자에게는 자신이 임명한 이사가 주주 이익을 적극 대변하는 장치가 강화됐다.

결국, 스타트업 등기이사인 창업자·경영진은 앞으로 이해상충 가능성이 높은 합병·분할·제3자 배정 신주발행(투자유치)·경영권 분쟁 등의 거래에서 주주 이익 침해 여부를 사전에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 회사가 불가피하게 일부 주주에게 불이익을 줄 수밖에 없는 결정을 택하는 경우, 이사회가 그 불이익을 최소화·보완할 방안을 마련하고 경영판단의 합리성을 입증할 자료를 충실히 남겨야 한다.

안일운 변호사는 “이번 상법 개정은 스타트업 생태계에 새로운 책임과 의무를 부과하는 동시에 투자자 보호와 기업 지배구조 개선이라는 긍정적 효과도 기대된다”며, “업계가 해석기준과 사례 축적을 지켜봐야 하는 이행초기 단계인 만큼, 이사회가 중요한 결정을 앞두고 이사의 충실의무 위반 소지가 없는지 점검하는 절차를 표준화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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