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말오초(四末五初)’. 계절로는 봄의 절정에서 여름으로 넘어가는 순간, 나이로는 마흔의 끝과 쉰의 시작을 뜻한다. 이 책은 바로 그 경계에 선 이들을 위한 선언문이다. 40대 후반과 50대 초반, 흔히 중년의 피로와 무력감이 쌓이는 시기를 두려움이 아닌 가능성의 계절로 바꾸어 보자고 말한다. 『늦은 나이는 없다』는 나이를 이유로 멈춰버린 마음을 일깨우며, 두려움 대신 용기를 선택한 사람들의 생생한 사례를 전한다.
책은 크게 세 부분으로 나뉜다. 1부는 사말오초라는 시기의 의미를 다층적으로 짚는다. 자금 관리의 골든타임이 끝나가는 나이, 부모 부양과 자녀 교육비가 동시에 짓누르는 시기, 그러나 여전히 뇌는 활발히 작동하며 경험이 깊어지는 시기. 저자는 “사말오초는 인생의 마지막이 아니라 새로운 출발의 골든타임”이라고 강조한다. 이는 단순한 위로가 아니라 데이터와 실제 경험에서 나온 진단이다.
2부는 인생의 반환점을 통과하며 다시 날아오른 사람들의 이야기다. 40대에 창업해 늦게 빛을 본 사람들, 50대에 전직을 감행한 사람들, 60대에도 새 길을 찾아낸 사람들. 나이를 핑계 삼지 않고, 오히려 그것을 자산으로 바꾼 사례들이 이어진다. 이들 모두의 공통점은 ‘지금이 늦었다고 말하지 않는다’는 태도다. 하던 일을 버티며 오래 쌓아온 신뢰로 승부한 이도 있고, 완전히 다른 업에 뛰어들어 삶을 바꾼 이도 있다. 누군가는 포기하지 않았고, 또 다른 누군가는 과감히 포기했기에 가능했다. 그 극단적인 선택의 결들이 독자를 흔든다.
3부는 행동을 촉구한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문장은 이 책 전체를 관통하는 메시지다. 장수 시대를 살아가는 지금, 준비 없는 장수는 축복이 아니라 재앙이 될 수 있다. 저자는 독자에게 인생 계획표를 쓰고, 수입과 지출, 자산을 체계적으로 기록하라고 요구한다. 단순히 마음가짐을 고양하는 차원이 아니라, 당장 실행 가능한 실천 지침이 덧붙는다. 이 책이 자기계발서로서 특별한 이유다.
읽는 내내 가장 크게 다가온 건 ‘두려움은 반응이고 용기는 결정’이라는 말이다. 두려움은 누구에게나 찾아오지만, 그것을 뚫고 행동하는 순간이야말로 새로운 삶의 출발점이 된다. 책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삶은 거창한 성공담이라기보다 평범한 사람들이 내린 구체적 선택의 결과다. 그래서 더 설득력이 있다. 나 역시 책장을 덮으며, 지금의 불안과 지체가 결국 ‘늦은 마음’ 때문이라는 사실을 직면하게 된다.
『늦은 나이는 없다』는 위로와 격려로 끝나지 않는다. 현실의 문제를 똑바로 바라보면서도, 그 안에서 다시 한 번 시도할 수 있는 용기를 불러낸다. 무엇보다 이 책은 중년을 ‘가을의 문턱’이 아니라 ‘봄의 한가운데’로 바라보게 만든다. 지나온 실패와 주저앉은 경험들이 오히려 도약의 발판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일깨운다.
책을 덮고 난 뒤, 내 안에 남은 울림은 수필 한 줄로 정리된다.
“사말오초는 늦은 나이가 아니라, 다시 날아오를 시간이다. 나를 붙잡던 두려움은 반응일 뿐이고, 지금 내가 내릴 수 있는 결정은 용기뿐이다.”
『늦은 나이는 없다』(글쓴이 최익성, 펴낸곳 파지트, 2만 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