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니어 소비자를 ‘노인’으로 규정하고 연령을 강조하는 마케팅은 실패할 수밖에 없다는 전문가의 분석이 나왔다. 제품이나 서비스에 ‘노인용’이라는 꼬리표를 붙이는 순간, 소비자에게 심리적 거부감을 줘 시장에서 외면당한다는 지적이다.
20일 매일경제에 따르면, 주경희 조선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전날 19일 울산에서 열린 ‘제27회 한국경영학회 융합학술대회’에서 이같이 밝혔다.
주 교수는 ‘시니어 르네상스와 연령 포용적 사회’를 주제로 열린 시니어경영위원회 세션에서, 고령 소비자에 대한 고정관념과 차별적 명명이 시니어 산업 성장의 가장 큰 걸림돌이라고 주장했다.
주 교수는 식품 대기업 하인즈(Heinz)의 실패 사례를 핵심 근거로 제시했다. 하인즈는 1950년대, 치아가 좋지 않은 고령층을 위해 재료를 으깬 영양죽 형태의 통조림 ‘시니어 푸드’를 출시했다. 당시에도 고령 소비자들이 이유식을 구매한다는 점에 착안해 10년간의 연구 끝에 제품을 내놨지만 시장에서 참패했다.
실패 원인은 제품의 품질이 아니었다. 주 교수는 “‘노인을 위한 음식’이라는 낙인이 소비자들에게 자신이 늙고 쇠약하다는 인식을 강요해 굴욕감을 줬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소비자들이 ‘노인식’을 구매하는 행위 자체에서 심리적 거부감을 느껴 지갑을 닫았다는 설명이다.
주 교수는 “오늘날의 시니어는 더 이상 수동적인 보호 대상이 아니라, 가치와 품질은 물론 자기실현을 추구하는 능동적 소비자”라며, “기업들은 ‘노인용’이라는 낡은 틀에서 벗어나 연령 중립적인 경험과 혜택으로 시니어 시장에 접근해야 성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